아무 생각 없이 길을 걷다가, 작은 스마트폰 화면 속을 부유하다가 잠시 걸음과 손을 멈추게 하는 목소리가 있다. 음이 하나하나 굴러가다 보면 어느새 노래가 끝나고, 멈춰 있는 것만 같던 시간 역시 다시 흐른다. 예빛의 노래를 듣는 순간이다.
빠르고 각박한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동화는 순진하고, 에세이는 왠지 뻔하다. 소설 속 현실은 너무 잔인하고, 시는 난해한 말투성이다. 다행히 일상과 판타지의 미묘한 경계 위에 유라의 노래가 있다.
문득 너무 평범하고 초라해서 굳이 돌이키지 않는 보통의 순간이 있고, 그와 별반 다르지 않은 대수롭지 않은 순간인데 유난히 잔상에 남아 머리에 맴도는 기억이 있다. 지난 시간, 스쳐 지나간 풍경과 감정을 아름다운 노래로 차분히 재현하는 결(KYUL)과 그의 음악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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